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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질문을 나눌 수 있는 그림책

by 김가오니 2024. 1. 25.

그림책으로 인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인생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조금씩 알게 되셨을 겁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제목 그대로 인생에 대해 좀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 마음속 힘듦을 꺼내서 털어내 버릴 수 있는 힐링 그림책들입니다. 특히 ≪빨간 나무≫의 저자 숀탠 작가에 대한 그림책은 아주 매력이 흘러넘칩니다. 작가별로 나누어서도 그림책을 소개할 계획이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목차

  • 강아지 똥
  • 빨간 나무
  • 마음이 아플까봐

강아지 똥

이 그림책은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1996년에 발행된 정승각 그림작가님과 권정생 글작가님의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돌담 밑에 있던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며 땅 속으로 스며드는 걸 본 작가는 그 자리에서 민들레 꽃이 피어난 것을 보고 감탄합니다. 강아지똥처럼 보잘것없는 것도 자신을 녹여내 새로운 생명을 피워낸다는 사실에 눈물까지 흘립니다.

 

이 그림책은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리고 2010년 유니세프와 함께 중국어,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다국어판을 만들어 여러 국가의 아이들과 함께 읽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그림책이 주는 메시지가 많은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 작가 정승각 님은 강아지똥이 되어야 강아지똥을 그릴 수 있다며 강아지가 똥 누는 모습을 관찰하려고 무려 4개월 동안 강아지 뒤를 쫓았습니다. 강아지똥의 모형도 만들어보고 찰흙으로 본뜨고 밑그림을 그리는데 2개월, 다시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받고 나서야 그림을 그렸습니다.

 

흙덩이와 강아지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분명 짠한 이야기인데 귀엽기만 합니다. 흙덩이와 강아지똥, 어찌 보면 더럽고 보잘것없는 존재일 수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강아지똥은 자신을 녹이고 녹여 그 자리에 민들레꽃을 피워냅니다. 나 자신의 희생으로 누군가의 탄생에 기여한다는 것은 감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희생에 대해 그리고 희망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빨간 나무

이 책은 2022년 풀빛 출판사에서 발행된 숀탠 작가님의 그림책입니다. 번역에는 김경연 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탄생한 숀탠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혼자 그림 공부를 해왔습니다. 이미 16살부터 공포 소설, 공상과학 소설, 판타지 소설의 삽화를 그렸으니 작가의 그림 세계의 성장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 그림책은 자칫 그림체가 어둡고 무겁다고 느끼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숀탠 작가의 그림책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느낌에 빠지실 겁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우울함을 섬세한 감수성으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아기의 아이나 취학 전 아이들이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나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건물 곁에 입을 벌린 커다란 물고기, 창백한 사람들의 얼굴, 딱딱한 방독면을 쓴 채 병 속에 갇혀 있는 아이,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나쳐 버리는 사람들, 이런 그림들이 현대사회의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한껏 기운 없이 걸어가는 주인공에 우리의 모습을 대조해 보시면 이 그림책에 푹 빠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 스스로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어둠이 밀려오고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이 그림책을 펼쳐 보시면 많은 위로가 되실 겁니다. 책 속에 나오는 오렌지 색 잎이 우리에게 희망을 전해줍니다. 그 오렌지 색 잎이 얼마나 무성하게 자라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그 오렌지색 잎을 함께 찾아서 꺼내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이 아플까봐

이 책은 2010년 아름다운 사람들 출판사에서 발행된 올리버 제퍼스 님의 그림책입니다. 번역에는 이승숙 님이 함께 하셨습니다. 쨍한 노란색 표지에 유리병이 있고 그 옆에 아이가 서 있습니다. 유리병이 꽤 큰 걸로 보아 많은 것을 이 유리병에 담을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소녀가 있었고 그 소녀 옆에는 늘 할아버지가 함께 합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게 됩니다. 소녀는 마음의 준비 없이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게 됩니다. 그 슬프고 힘든 마음을 주체하지 못 한 소녀는 자신의 마음을 유리병에 담아 버립니다. 더 이상 마음은 아프지 않았지만 소녀의 호기심은 사그라져 버립니다.

 

소녀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맞닥뜨리자 그 슬픔을 극복하기보다는 세상과의 단절을 선택하였습니다. 그것은 즉 소녀가 가지던 세상에 대한 수많은 호기심과 수많은 가능성에 도망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하지만 소녀는 바닷가에서 한 아이를 만나게 되고, 그 아이의 질문으로 소녀는 다시 유리병에서 마음을 꺼내기로 마음먹습니다.

 

상처받기 위해 처음부터 숨는 것과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에 선택지를 둘진 오롯이 본인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소녀가 유리병에서 마음을 꺼낸 것처럼 우리도 상처에 숨어 지내기보다는 그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려고 애쓰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렇게 오늘은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림책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상처와 아픔,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것이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득, 불쑥, 어느새 우리 앞에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럴 때마다 괴로워하고 끙끙 앓고만 있기에는 우리의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습니다.

 

마음속에 묻어두는 것도 어쩌면 한 방법이겠지만 그렇게 묻어둬 버리면 내 마음은 결국 곪을 대로 곪아 썩어 문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곪은 마음은 더 아파지기 마련입니다. 그 상처를 드러내시길 바랍니다. 마음껏 드러내서 치유하시길 바랍니다.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건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좋은 선택으로 나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주시길 바랍니다. 그 곁에 그림책이 함께 합니다. 우리의 마음 치유, 그림책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