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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불안함과 소심함에 대한 그림책

by 김가오니 2024. 3. 5.

누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우리 아이가 소극적인 아이보다는 적극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실 겁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꽤 적극적인 아이였습니다. 발표도 잘하고 학급 임원도 맡아가며 리더십도 있는 아이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저의 아이도 적극적인 아이일 줄 알았는데 꽤 소극적인 모습을 많이 비추어서 답답했습니다.

 

그런 아이에게 딱 맞는 그림책을 발견하고는 꼭 읽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건 제가 먼저 읽고 깨우쳐야 할 그림책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타고난 기질을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아닐지 생각 해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소심함을 주제로 한 그림책 한 권과 소심함에서 불안한 감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그림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목차

  • 나는 소심해요
  • 불안

나는 소심해요

이마주 출판사에서 2019년에 발행된 엘로디 페로탱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프랑스인 입니다. 요즘은 어른책에서도 내향인이 주목받는 시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내향인들의 활동이 많아지고 외향적이었던 사람들도 내향적으로 바뀌게 되는 일도 생겼으니 말입니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많은 어른들이 특히나 아이들의 소심한 말과 행동을 고쳐주려 노력합니다. 책 속에서도 말합니다. 세상에는 말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온통 외향적이고 활기찬 사람들로만 가득하다면 이 세상이 정말 시끄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웅얼웅얼 거리며 말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말합니다. 좀 더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하고 씩씩하게 말하라고 말입니다. 저 또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은 못 했습니다. 그저 답답하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돌이켜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도 말하듯이 소심함은 병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고쳐가야 할 문제점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소심한 사람도 분명 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소심함이 뒤로 물러나게 할 때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소심함을 떨쳐내려고만 하지 말고 가만히 내버려 두어서 숨기지 않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많이 응원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소심함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렇게 소심한 사람도 종이 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 할 수 있는 걸 보면 소심한 사람도 그들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와는 달리 너무나 빠른 다른 사람들의 속도로 힘들어하고 있는 아이나 어른이 있다면 이 그림책으로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불안

 

핑거 출판사에서 2019년에 발행된 조미자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어린 아이에게도, 청소년에게도, 어른에게도 내재되어 있는 감정입니다. 누구나 존재하는 여러 감정 중에 하나인 감정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기쁨, 슬픔,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불안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도 매우 정상적인 감정의 반응입니다. 두렵거나 무서워서 피하기만 했던 감정이 아닌지 곰곰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하는 것만이 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쨍한 그림이 책 표지에서부터 눈을 사로잡습니다. 절벽인지 숲인지 모를 그 쨍한 그림의 꼭대기에서 한 사람이 긴 끈을 잡고 서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펼치고 면지를 보면 여러가지 색깔로 여러 가지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무수한 감정의 표현일지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불안의 그림자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가득 차 있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는 그것, 불안에 대해서 끈임없이 말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알고는 있지만, 궁금하긴 하지만, 우리를 두렵게 하니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감정, 불안. 우리가 어떻게 불안을 찾고 마주하고 대해야 하는지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선명하게 각인시켜 줍니다. 저는 색감이 참 좋았던 그림책입니다.

 

책 표지 설명에서도 나왔던 그 한 아이가 끈을 잡고 잡아 당기니 아주 커다란 녀석 하나가 튀어나옵니다. 그 녀석은 과연 우리가 그토록 찾던 불안일까 싶습니다. 왜 그 끈을 잡아당겼을지 후회도 하지만 돌이킬 수 없습니다. 커다란 녀석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닙니다.

 

그렇게 계속 끈을 잡아 당기니 커다란 녀석은 어느새 작아져 버립니다. 그렇게 졸졸 따라다니는 그 작은 녀석을 보고 있자니 이제 더 이상 싫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작아진 녀석과 마주합니다. 두려울 때도 있지만 작아진 녀석과 함께 이야기도 나눕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의 기분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어쩌면 그 작아진 녀석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가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얼마나 홀로 오랫동안 쓸쓸하게 나 두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됩니다. 괜찮냐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 오늘 우리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는 불안에게 괜찮냐고 말을 걸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오늘은 소심한 감정과 불안한 감정에 관한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소심함을 다른 말로 해보면 신중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바라봐주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조금 더 당당하지 못하면 어떻고 조금 더 씩씩하지 못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덩달아 듭니다. 다 각자의 성격대로, 각자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게 바로 인생이니 말입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이번 그림책을 읽으며 자신의 불안을 바라보고 그 불안과 마주하는 법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감정만이 좋은 것이 아님을 느끼면서 부정적인 감정과도 잘 지낼 수 있는 모두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무리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