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통과 연관된 그림책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소개해 드릴 그림책들은 나와의 소통, 상대방과의 소통, 가족과의 소통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중 상대방의 소통에서는 '아이'를 주제로 한 그림책입니다. 자녀가 있으신 분들이라면 조금 더 공감 갈 수 있을 그림책이니 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차
- 내가 없는, 내가 있는
- 미영이
-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내가 없는, 내가 있는
2022년 비룡소에서 출판된 조은지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2022년 제1회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상에서 대상을 받은 책입니다. 제목처럼 그림마다 어떤 존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어느 날 작가의 어린 딸이 "엄마, 왜 내가 없는 집이 있어?" 하고 질문한 것에서 이 그림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색감이 쨍하며 알록달록한데 그 그림이 전혀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빨간 테두리 안에 담긴 그림들은 마치 액자를 연상케 합니다. 액자 속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있고 없고의 차이에서 스스로 그림이 해석되곤 합니다. 주변의 사물이나 풍경들을 조금 더 관찰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주며 아이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소통과 함께 연관지어 소개한 이유는 이 그림책을 보며 사물에 쓰임새가 내가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한 여자는 아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엄마가 될 수도 있고 한 남자는 아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 입장에서는 누구와 있는지에 따라 형이 될 수도 동생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서 여러 입장, 여러 위치로 변하는 우리 자신을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소통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 하나를 보고 또 보면서 사물을 지긋이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다림이라는 것에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우리가 타인과 소통할 때도 그 기다림을 서로에게 건넬 수 있다면 소통도 한결 부드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영이
이 책은 문학과지성사 출판사에서 2015년에 발행된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떠난 엄마를 미영이가 다시 엄마를 만나기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난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원망이 컸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엄마가 되어보니 그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에 대해서도 조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왜 엄마는 미영이를 홀로 두고 떠났는지 그리고 혼자 남겨진 미영이가 어떤 기분이 들었을지 그림을 보며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화장실에 간다던 엄마는 그렇게 미영이를 홀로 두고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미영이 곁으로 돌아 온 엄마에게는 잔뜩 설거지 냄새가 났습니다. 미영이는 그렇게 무덤덤하게 엄마를 따라나섭니다.
홀로 두고 떠난 게 아니라 미영이와 함께 하기 위해 엄마가 준비를 해온 걸 알게 된 미영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엄마를 따라갑니다. 그런데 저는 참 먹먹했습니다. 엄마의 마음도 미영이의 마음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저 또한 엄마이자 딸이기 때문입니다. 간결하게 그려진 흑백 그림과 여백의 미가 먹먹함을 더 크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으로 전미화 작가의 그림책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음 달에는≫, ≪그러던 어느 날≫, ≪달려라 오토바이≫, ≪눈썹 올라간 철이≫ 등을 읽으며 전미화 작가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간결한 글과 그림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가임에 이런 메시지를 좀 더 많이 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미영이와 엄마의 소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도 있었지만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생각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부디 미영이와 엄마가 이제는 행복한 소통을 하기를 바랍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온다
시공주니어 출판사에서 2007년도에 발행된 박연철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망태 할아버지를 다들 아실 겁니다. 우는 아이를 망태 자루에 넣어 잡아간다는 그 무시무시한 할아버지 말입니다. 그래서 책 속 주인공인 아이는 엄마가 혼을 낼 때마다 화는 나지만 꾹 참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말입니다.
그림도 뭔가 무시무시합니다. 아이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습니다. 망태 할아버지가 잡은 이 세상 모든 나쁜 어린아이들은 망태 할아버지에게 얌전하고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에게는 동그라미 낙인 같은 것이 몸에 쿡쿡 찍힙니다. 주인공 아이는 그렇게 망태 할아버지가 무서워 엄마 말에 복종하듯 지내는데 어느 날 아이는 엄마와 크게 싸우고 맙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얼마나 다그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아이들도 우리와 같은 인격체로 대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다그치고 가르치고 억압하면 결국 아이들은 무너집니다. 부모와 진정한 소통을 하려고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을 위해 건강하게 마음을 다잡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그 누구를 위해서 나의 힘을 키우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소통의 도구를 절대 힘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가족 관계, 그중에서도 특별히 우리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그렇게 마지막에 엄마와 크게 싸운 아이에게 엄마가 돌아와 미안하다며 사과를 합니다. 그렇게 아이와 엄마는 서로를 끌어안고 화해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엄마의 등에 동그라미 낙인 같은 것이 찍혀 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오늘은 소통과 관련된 그림책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일의 시작에는 분명 '소통'이 동반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얼마나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소통에 대해서도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이 미처 동일시되지 못한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책들을 보면서 되새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통의 방식에 대해서도 이 그림책들을 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소통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