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불안한 감정을 한 번쯤은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불안함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터널을 걷는 것 같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시절을 그냥 견뎌만 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 치유되지 못한 그때의 감정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림책을 알게 된 순간, 그런 불안한 감정은 씻은 듯이 없앨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걱정 고민이 있을 때는 그림책을 펼칩니다. 글만 가득한 책도 힐링이 되고 마음이 편해질 때도 있지만 그림과 함께인 그림책을 펼칠 때는 그림에게도 위로를 받습니다. 여러 감정 치유에 관한 그림책이 있겠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불안 감정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와 관련된 몇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목차
- 겨울잠
- 행복한 여우
- 마음샘
겨울잠
이 책은 2017년에 발행된 그림책입니다. 그림작가는 루시아 코보, 글작가는 호센 라몬 알론소, 번역에는 길상효, 씨드북 출판입니다. 책 표지에 곰의 모습이 있고 그 곰의 몸은 '봄'을 연상케 하는 그림이 섞여 있습니다. 곰의 마지막날부터 이듬해 봄까지를 아주 서정적인 그림과 함께 글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숲과 곰이 함께 어우러진 그림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한가지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를 동시에 섞어서 보며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날이 하루하루 추워지고 낮이 점점 짧아지는 시간을 보내는 곰, 곰의 여정으로 우리의 여정을 동시에 되돌아보며 격려할 수 있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글그림 작가가 출신이 모두 스페인으로 스페인에서 출간 당시 '잠자리에서 읽어 주기 좋은 동화책'으로 손꼽혔다고 합니다. 그만큼 책의 그림이 따뜻하고 글의 내용이 서정적이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전해줍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읽고 삶을 살아나가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곰이 숲에서 생활하며 겨울잠을 자고 다음 계절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이 우리가 매 년 새로운 다짐을 하며 새로운 출발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 순간과 겹쳐 보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동물이든 인간이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법칙인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 나에게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있다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줄 것입니다.
행복한 여우
2018년에 달그림 출판에서 발행된 이 그림책은 고혜진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행복'에 관한 생각을 깊게 해줄 수 있는 책입니다. 표지에도 그려져 있는 이 책의 주인공인 붉은여우는 매일 아침 자신의 빛나는 털을 가꾸고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며 어느 누가 봐도 모자람이 없는 것처럼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붉은여우의 털은 흰털이 한가닥씩 보이기 시작하며 어느새 붉은여우의 털은 희끗희끗해져 갑니다.
붉은여우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붉은 꽃의 즙을 짜서 몸에 물을 들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붉은 단풍잎으로 몸을 가려보지만 그 또한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결국 온몸이 하얗게 변한 붉은 여우는 꼭꼭 숨어버립니다. 붉은여우가 흰 여우가 되기까지 과정에서 우리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비추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특히나 자연스럽게 늙어감을 거스르기 바쁩니다. 내 내면에 집중하지 못하고 겉모습에 신경을 쓰느라 진정한 내면을 가꾸는 데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붉은여우의 모습으로 작가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붉은여우는 자신의 털이 온통 새하얗게 변한 뒤에야 꼭꼭 숨었던 모습을 서서히 비추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빛나고 예쁜 붉은 털을 가질 수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행복으로 가득차 있는 자신을 발견한 붉은 여우는 앞으로의 날들도 행복으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감정은 만들어지는 것이니 불안한 감정도 내가 만들어낸 것일 겁니다. 그 감정을 행복으로 바꾸어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마음샘
2017년 한솔수북 출판사에서 발행된 이 책은 조수경 작가의 책입니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옹달샘이 눈에 확 띄었고 그 앞에 흰 토끼의 얼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뒤로는 늑대 한 마리가 보입니다. 그림도 색감이 따스하면서 그림체가 참 매력적이었는데 내용은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제목부터가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어른들에게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 일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동물에 비유하면서 담백한 모습으로 묘사해 줍니다. 그러나 절대 내용은 담백하지 않습니다. 늑대가 목이 말라 샘을 찾게 되었고 거기에 비친 토끼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물에 비친 모습이 나의 예상과 달라 적잖이 놀란 늑대는 그 모습을 지우려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력을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샘에도 여러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쩌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여러 가지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그 모습이 전부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내 속에 있는 내 모습은 모두 나 자신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내 속에 있는 많은 내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의 다른 모습들에 대해 깊게 골똘히 생각도 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책은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서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 폰에 '북팝' 어플을 설치하고 표지와 같은 그림들을 화면에 대면 그림책 속 영상이 바뀌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한 번 다른 매체로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오늘은 불안 감정을 치유할 수 있는 서정적인 그림책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어른을 기준으로 생각하자면 분명 많은 것을 깨닫게 하는 그림책이 될 것입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이나 현재 겪고 있는 불안감을 그림책으로 해소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림책 테라피가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조금 그림책 테라피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이 세 권의 그림책이 다 다른 듯 하지만 결국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인정하기, 인생은 원래 험난 한 것이니 불안감을 떨쳐내고 잘 해쳐나가기, 불안한 감정은 내 자신이 만들어 낸 것이니 내 자신이 없앨 수도 있다는 교훈을 깨달았습니다.
누구에게나 흔들리고 불안한 시절은 있기 마련입니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을 때 지금 소개해드린 그림책 중 한 권이라도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세 권 다 읽어보시길 적극 추천 드리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면 한 권이라도 좋습니다. 분명 불안한 감정은 사그라들고 마음이 잔잔해지면서 고요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용기와 행복감이 당신을 감싸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