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림책 테라피로 마음 힐링을 경험한 사례와 더불어 그림책 테라피를 시작함에 감동을 준 작가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제가 그림책 테라피를 시작하면서 그림책 모임에 종종 참석을 해보았습니다. 그 모임에서 그림책으로 소통하고 마음 힐링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그림책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깊은 감동을 받아 그림책 테라피의 필요성을 한 번 더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보면 볼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는 것과 그림책을 내 현재 상황에 녹여서 공감하고 위로를 받고 마음 치유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모여 서로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을 함께 읽고 그림책으로 치유 하는 것은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힐링 그 자체일 것입니다.
지금부터 소개할 그림책 작가님들은 제가 그림책 테라피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그림책을 조금 더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된 작가님들입니다. 아이들만 그림책으로 치유하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그림책으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한 작가의 여러 작품들을 파고들면서 그 작가만의 그림체, 그리고 문체와 매력을 조금씩 알아간 단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목차
- 고정순 작가
- 정진호 작가
고정순 작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하고 대학에서 미술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고정순 작가님에게 감명받은 그림책은 ≪철사 코끼리≫,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엄마 왜 안 와≫, ≪가드를 올리고≫ 등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선호하고 좋아하는 그림체는 아니지만 이 작가의 그림책을 읽고 나면 마음 한 켠이 아릿한 것이 꽤 오랫동안 여운이 남습니다. 그림의 잔상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있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은 동물들의 행복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야 할 동물들이 동물원에 갇혀 있는 걸 보는 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동물 복지와 동물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일,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특히 ≪철사 코끼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지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장면과 어떤 글이 그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후벼 팠는지 저도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고철을 주워 삼촌에게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는 소년의 곁에는 늘 아기 코끼리 얌얌이 함께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얌얌이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얌얌이의 죽음으로 인해 소년은 평소 자신이 주워오던 고철로 얌얌이를 만들게 됩니다. 그 코끼리가 자신의 곁에 늘 함께 하던 얌얌이라고 생각하며 애정을 듬뿍주고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철은 고철일 뿐입니다. 얌얌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소년은 금세 깨닫게 됩니다.
가슴 아픈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인 이 그림책은 이별의 아픔을 맞이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홀로 외로이 견뎌내던 그 슬픔을 마음껏 토해내라고 토닥여 주는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에 쌓여 있던 고철 덩어리가 어떤 것인지 들여다보게 되며 그 무겁게 올려두었던 고철 덩어리와 이별할 수 있게 위로해 주었던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그림책으로 눈물을 쏟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정진호 작가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2015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부엉이>로 한국 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노란 장화>, <우리 함께 살아요!>, <투명 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 작가를 알게 된 건 ≪위를 봐요≫를 읽게 되면서부터 입니다. 2014년도에 발행된 그림책이 되겠습니다. 읽자마자 굉장히 신선했고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는지 작가에게 굉장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 우리는 모두 앞만 보고 생활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변화된 행동으로 세상은 하나 둘 변하기 시작합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옆도 보고 위도 보고 뒤도 돌아보며 시선을 한 곳에만 집중하며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서 있는 풍경은 내가 만드는 것,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려주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정관념을 깰 수 있고 우리가 평소 익숙하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림책이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랐습니다. 역시 우리 어른들도 반드시 그림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계기가 되었던 그림책입니다.
그리고 이 작가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다른 그림책들로는 ≪심장 소리≫, ≪3초 다이빙≫, ≪노란 장화≫가 있었습니다. 그중 ≪심장 소리≫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 속 주인공 아이는 달리기를 하며 쿵쿵 뛰는 심장 소리로 시간을 기억합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는 어떤 소리로 기억하는 그리움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이 ≪심장 소리≫를 읽으면서 한가지 색깔로 쭉 표현된 그림들을 보면서 한결같음을 느꼈고 그리움과 기억이 계속 이어지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잊지 않고 언제든지 소리로 꺼낼 수 있는 나만의 기억. 그런 소소한 기억을 오래도록 가슴에 품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그림책을 만난 뒤 늘 다양한 시선으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정진호 작가는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이 탁월하다고 생각될 만큼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에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 작가 외에도 유명한 그림책 작가들은 정말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고 애정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늘 의지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 내 곁에 계속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언제나 내 옆에 그 모습 그대로 변치 않고 있어 줍니다.
그렇게 변치 않는 그림책 하나 내 마음 속에 품고 있다면 지치고 힘들 때 언제든 그림책을 펼치며 그 작가와 만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위로를 받고 용기를 내서 다시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두 작가님 덕분에 그림책 테라피의 힘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 영원히 그림책과의 인연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친해질 그림책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 기쁩니다. 그리고 그림책을 사랑하고 이렇게 좋은 글을 쓰고 좋은 그림을 그려주는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노고에 보답하는 길은 독자로서 그림책을 편견 없이 마음껏 보고 마음껏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다음에는 여러 가지 큰 주제를 가지고 몇 가지 그림책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