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그림책 테라피의 세계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어린 자녀를 두고 있기에 그림책을 늘 가까이하고 있습니다. 매일 자기 전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림책을 보는 눈도 조금씩 길러지고 선호하는 출판사나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건이 생겨버렸습니다. 바로 인간관계 문제였습니다. 평소 좋아하고 친하게 잘 지냈던 지인이 저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준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일로 약 두 달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주 힘든 날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그림책 테라피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깊게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하고만 읽던 재미있는 그림책에서 한 단계 더 높여 조금 더 생각할 거리가 풍부한 그림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고 생각보다 그런 류의 그림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비로소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힘든 시기에 운명처럼 만난 이 두 권의 그림책이 저를 그림책 테라피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지금부터 그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목차
- 핑! - 글, 그림 : 아니 카스티요 / 번역 : 박소연 / 출판 : 달리 / 2020
- 미움 - 글, 그림 : 조원희 / 출판 : 만만한책방 / 2020
핑! / 글, 그림 : 아니 카스티요 / 번역 : 박소연 / 출판 : 달리 / 2020
이 책은 친구 관계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관계에 대한 고민에 엄청난 용기를 전해주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핑'을 하면 친구가 '퐁'을 한다는 문장에서 관계는 주고받기라는 것이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그리고 '퐁'은 친구의 몫이니까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는 우리가 정할 수 없는 것이라는 문장에서도 제 가슴이 아릿하게 저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친구에게 애정어린 '핑'을 날려도 우리가 원하는 애정 어린 '퐁'이 돌아오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핑'을 날려도 '퐁'이 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핑'을 날려도 '퐁'으로 받아치지 않고 '펑'이나 '팡'처럼 다르게 받아쳐서 돌아오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그럴 때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그럼에도 실망하거나 움츠러들 필요가 없다고 이 그림책에서는 말해줍니다. 관계에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괜찮다고 용기를 심어주는 셈이 되는겁니다. 책 표지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탁구체를 들고 핑! 하며 서 있는 그림이 덜렁 있습니다. 이 간단하고 심플한 그림책에서 이렇게 큰 위로를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인생은 원래 순탄치 않은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그림책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일, 인생을 조금 더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일에 대해 쉽고 명료하게 알려줍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뒤로는 누군가에게 '핑'을 보냈는데 내가 원하는 '퐁'이 돌아오지 않아도 전혀 실망하는 일이 없게 되었답니다.
미움 / 글, 그림 : 조원희 / 출판 : 만만한 책방 / 2020
이 그림책도 앞서 소개한 그림과 같이 2020년도에 출간한 책입니다. 책 표지에는 꼬마 여자아이가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고 있는데 표정은 아주 심술이 잔뜩 나 있습니다. 그리고 목에는 생선 가시가 턱하니 걸려있습니다. 그리고 꼴도 보기 싫다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도대체 이 여자아이는 누가 그렇게 꼴도 보기 싫은 건지 책을 펴기도 전에 궁금해집니다. 그러면서 제가 그토록 꼴도 보기 싫어하는 한 사람이 동시에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해본적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지독하게 미워해본 적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그 사람 때문에 밥을 먹을 때도, 밖에서 놀 때도, 자기 전에도 그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고 미움이라는 감정을 키우고 또 키워서 점점 더 커진 미움에 괴로워 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고 나서 미움의 감정이 조금은 사그라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림책의 표지처럼 목에 가시가 걸린듯이 쿡쿡 찌르는 그 따끔한 마음, 거슬리는 감정, 미움이라는 그 감정은 결국 내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는 걸 이 그림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를 그렇게 미워했는지 사람은 잊어버릴 수 있지만 감정은 그대로 남을 것입니다. 그만큼 감정이 주는 괴로움이 큰 것입니다.
미움 때문에 내 자신이, 나의 내면이, 나의 행동이 변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괴로운 건 나 자신이었습니다. 미움이라는 세계 속에 갇힌 저는 아주 안타깝고 불행했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뒤 내 마음과 내 감정을 결정하는 건 바로 나라는 걸 깨닫고 점점 저는 그 불행을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없애버리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그림책을 통해 저의 미움은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제 마음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괴로운 감정에 휩싸여 힘들어 하던 시기에 운명처럼 만난 이 그림책들은 저에게 정말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저처럼 감정에 힘들어하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따뜻한 그림책으로 마음 정화를 해 준다면 위로를 해주는 저도, 위로를 받는 사람도, 아주 행복한 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 본 일이었기에 누구보다 자신 있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림책 테라피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그림책과 감정을 연관 지어서 마음 힐링 되는 그림책들을 쭉 소개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