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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현대성으로 느끼는 새로움

by 김가오니 2024. 1. 22.

오늘은 그림책의 현대성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좋은 이야기, 감동적인 이야기, 교훈을 주는 그림책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느낌을 전해주는 그림책들이 요즘에는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그림책들도 현대적인 감각이 많이 묻어나 있는 새로운 시각의 그림책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주제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독자로서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며 책을 보는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목차

  • 숫자 1
  • 뭐라고 불러야 해?
  • 직선과 곡선

숫자 1

이 책은 초방책방 출판사에서 2019년에 발행된 신동준 작가님의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서는 여러가지여러 가지 셈 단위가 등장합니다. 1이라는 숫자에 담긴 여러 가지 단어와 그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할 수 있는 그림과 글에서 오직 하나만을 생각하기란 힘들게 느껴집니다. 주어진 그림과 글은 하나일지 모르겠으나 그 하나에 포함된 여러 가지 의미에는 숨은 해설이 많은 것처럼 보입니다.

 

옥수수 한 개, 옥수수 한 바구니, 장갑 한 짝, 장갑 한 켤레, 꽃 한송이, 꽃 한 다발 등 모두 숫자 1과 연관이 있습니다. 같은 숫자일지언정 느낌은 다릅니다. 다양한 단위의 개념이 한 페이지에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하나만이 아닌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단순한 선과 선명한 색이 만나 어쩌면 너무 허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숫자 1의 힘은 생각처럼 허전하지 않은 숫자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물건 1개가 있을 때는 허전하겠지만 물건 1박스가 있는 것을 상상해보시면 그 느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숫자 1에 대한 상반되는 시선과 생각을 하나로 합쳐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그림책 속에 나오는 그림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그림들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이 든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숫자 1도 우리 생활 속에 어디에나 함께하는 것입니다.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숫자와 그림들이 흔하지 않은 생각들과 겹쳐져서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생각을 던져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라고 불러야 해?

이 책은 2021년도에 달그림 출판사에서 발행된 천준형 작가님의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날카로운 인생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너를 뭐라고 불러야 되며 너는 나를 뭐라고 부를것이냐고 말입니다. 우리에게는 각자 수많은 이름이 있을 것입니다. 내 진짜 이름과 타인이 나를 불러주는 이름, 그리고 내가 어떤 위치에 있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이름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 책 속에서도 재미있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정말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흔히 그를 '명태'라고 부릅니다. 책 표지에도 명태 한 마리가 덩그러니 그려져 있습니다. 이 명태가 그물에 잡히자 어부는 명태를 '망태'라고 부릅니다. 그물이 아니라 낚시로 잡히면 '조태'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잡힌 명태가 수산시장에 가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립니다. 싱싱하고 맛 좋은 '생태'라고 불렸다가 꽁꽁 얼려서 냉동 상태가 되면 이번에는 '동태'라고 불리게 됩니다. 색깔에 따라서도 이름이 바뀐다고 합니다. 속이 노란색일 때는 '황태', 껍질이 검다고 '먹태', 흰색이면 '백태'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코를 꿰어서 꾸덕하게 말리면 '코다리'가 됩니다. 코다리 찜은 정말 맛이 일품입니다. 바싹 말리면 '북어', 그것보다 훨씬 더 바싹 말리면 '깡태'가 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명태의 심정은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정한 이름이 아니라 모두 우리가 멋대로 부르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이쯤에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무어라 부르며, 타인이 어떻게 불러주길 바라는지 말입니다.

 

직선과 곡선

이 책은 브와포레 출판사에서 2021년에 발행된 피아 발렌티니스 그림 작가님과 데보라 보그릭 글 작가님의 그림책입니다. 책 표지에 적힌 책 제목도 직선과 곡선의 화합이 표현 되어 있습니다. 직선과 곡선으로 표현된 그림과 단출한 색감은 평범한 듯 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시선으로 예술적인 감각이 현실성과 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철학적인 요소도 있어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고 아트북도 될 수 있겠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은 바로 이런 그림책이 아닐까 싶을만큼 표현에 경이로움을 느꼈던 그림책입니다. 직선과 곡선의 그림으로 시작하는 이 그림책은 직선이 어떤 그림들로 변할 수 있는지, 곡선이 어떤 그림으로 변할 수 있는지 천천히 하나씩 보여줍니다.

 

직선에는 비행기 꼬리나 기찻길이 있습니다. 곡선은 훨훨 나는 나비의 꽁무니를 쫓아 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직선은 직선대로 곡선은 곡선대로 나아갈 줄 알았지만 이 둘은 곧 화합의 장을 펼칩니다. 직선이 곧게 땅굴을 파고 나가면, 곡선은 그 길을 받아 신나게 구불구불 거리며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직선이 거세게 비가 오는 그림을 그리면 곡선은 이에 질세라 돌풍, 토네이도를 그립니다. 직선이 모든 것을 깨끗이 지우고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를 그려나갑니다. 곧게 뻗은 수평선이 참 멋져 보입니다. 그러자 수평선을 받은 곡선이 말합니다. 바다에는 늘 파도가 있어서 멋지지,라고 말하며 수평선 옆에 파도를 그립니다. 이런 발상이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둘은 다르기에 확연한 차이가 있고 대립도 있지만 결국 둘은 공존할 수밖에 없고 공존할 때야 비로소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늘은 현대성을 표현 한 그림책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르지만 철학적인 요소가 가득 담겨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처럼 그림책은 우리의 삶에 녹아 들어있습니다. 그림책 속 질문들로 삶을 되돌아보고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만의 생각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동시에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 책들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되셨는지 참 궁금합니다. 본인의 깨달음과 저의 깨달음에 공통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숫자 1≫을 읽으며 1이 작고 단순한 숫자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의 숫자에서 거대함을 느꼈다고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함이 단순함이 아닌 것, 1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불러야 해?≫를 읽고는 내 자신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나'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충분히 일깨워준 책입니다. 그리고 타인을 섣부르게 내 식대로 불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직선과 곡선≫은 단순히 직선과 곡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화합, 협동까지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은 어우러질 때 그 진가가 배가 된다는 것도 말입니다. 이처럼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고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철학적 요소가 담긴 그림책을 읽으며 우리의 인생을 곱씹고 충분한 고민을 하면서 하루하루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면 어떨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