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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그림책의 합작

by 김가오니 2024. 2. 2.

오늘은 고전과 그림책의 조화로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그림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림책에도 고전이 깃들여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림책과 고전이 함께 할 때 다가오는 고전의 어려움이 자연스레 조금씩 해소가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깨달음을 주는 고전의 글과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졌을 때 문학의 힘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차

  • 세 가지 질문
  • 좁은 문
  • 예언자

세 가지 질문

이 책은 2003년 달리 출판사에서 발행된 존 무스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궁금했던 니콜라이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수채화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덕분에 조금 더 따뜻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줍니다.

 

니콜라이 곁에 있는 친구 왜가리, 원숭이, 개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왜 많은 동물 중에 이 동물들이 나오는지, 그리고 이 세 친구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세 친구들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못 한 니콜라이는 깊은 산속에 있는 거북이를 찾아가게 되고 거북이를 따라 밭일을 하다 위험에 빠진 판다를 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판다를 구하기 시작하면서 니콜라이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자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세 가지 질문에는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인가?',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입니다. 니콜라이는 깨닫게 됩니다.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란 걸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카르페 디엠'이라는 라틴어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 말의 뜻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 입니다. 바로 지금,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 이보다 값진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톨스토이가 전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해 보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그리고 소중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좁은 문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2022년 고래의숲 출판사에서 그림책으로 나왔습니다.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페이지마다 시선을 오래 머무르며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고전 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이렇게 그림책으로 고전을 만날 수 있다니, 독자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상의 행복을 좇기보다 천상의 성스러움에 가닿기를 원하는 알리사와 그런 알리사를 사랑하는 제롬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알리사는 모든 개인의 욕망과 행복을 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알리사도 사실은 제롬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고 맙니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몇 번이나 거절을 당하고도 알리사에게 청혼을 하며 그녀에 대한 사랑을 고백합니다. 끝끝내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알리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알리사가 세상을 떠나고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제롬, 정말 비극적인 사랑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고전을 그림책으로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아이와 함께 고전에 대해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좁은 문≫ 외에도 세계문학그림책으로는 ≪위대한 개츠비≫, ≪페스트≫, ≪노인과 바다≫, ≪죄와 벌≫, ≪데미안≫, ≪이탈리아 기행≫, ≪변신≫, ≪리어왕≫, ≪전쟁과 평화≫, ≪레 미제라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이 있으니 골라 읽는 재미가 있어 보입니다.

 

예언자

이 책은 2022년 책읽는곰 출판사에서 발행된 칼릴 지브란의 고전을 담은 그림책입니다. 안나 피롤리 그림작가의 그림과 예언자의 글이 한데 어우러져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았던 책입니다. 100년 동안 한번도 절판된 적 없는 불멸의 고전 예언자, 정말 놀랍습니다. 고전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계기입니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우정, 자유와 쾌락, 삶과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하는 역사상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 바로 이 ≪예언자≫ 입니다. 이렇게나 많이 번역이 되고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니 삶의 여러 시기를 거치는 이들에게 그 위치에서 제각기 다른 답들을 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 역시 아이들과 함께 고전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아주 좋은 그림책입니다.

 

칼릴 지브란이 짧은 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영성과 물질주의, 동양과 서양의 화해였습니다. 이런 양면의 화합을 생각하며 인생을 살았기에 여러가지 삶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구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원본의 스물여섯 가지 주제 중 열두 가지 주제를 가려 뽑아 만들었고 이 열두 가지 주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 주제 중에서도 이 책에서 진실로 하고자 하는 말은 단 한가지 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하며,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라는 겁니다. 삶의 힘듦이 나를 짓밟을 때, 넘지 못할 산을 힘겹게 넘고 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이 될 때 ≪예언자≫ 그림책을 만나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으로 우리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각자의 존재성과 개인의 역량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고전과 그림책의 조화로움을 오늘 소개해 드렸습니다. 어떻습니까? 조화로움이 충분히 느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책이라 함은 단순히 어린 아이들이 읽고 깔깔 웃어대는 책이라고 인식하고 계신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세 권의 그림책을 보시면 이제 그 인식이 완전히 무너지리라 생각이 됩니다.

 

이처럼 그림책에는 우리의 인식을 바꿀만한 큰 힘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로해줄만한 큰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내용들보다 오늘 이 '고전'이라는 키워드가 그림책과 함께 할 때, 우리 어른들에게 와닿는 메시지가 좀 더 강하게 와닿을 것입니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시도하기 어려웠던 고전이 있었다면 그림책으로 먼저 만나보셔도 충분할 것입니다.